지난 6월 15일부터 17일까지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는 단순한 정례회의를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의 분수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보여준 관세 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세계 각국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가져올 파장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정책으로 구현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1. 트럼프의 관세 정책: 체계적 접근과 단계적 시행
1단계: 중국에 대한 집중 타격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3월 4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0%로 대폭 인상했다. 이는 중국이 합성 오피오이드 공급망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명분 하에 이루어진 조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단순한 보복 관세가 아닌, 중국의 경제 성장을 억제하고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려는 장기적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2단계: 보편 관세의 도입
더욱 주목할 점은 2025년 4월 5일부터 시행된 보편 관세 정책이다. 전 세계 모든 국가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이 정책은 국제 무역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어 4월 9일부터는 57개 특정 국가들에 대해 개별적으로 차등 관세를 적용하는 더욱 세밀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3단계: 철강·알루미늄 분야의 특별 조치
2025년 2월 10일 서명되고 3월 12일부터 도입된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보편 관세는 미국의 핵심 산업 보호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다. 이는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적 자원의 확보를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 G7 정상회의에서 드러난 트럼프의 진짜 의도
동맹국마저 예외 없는 관세 정책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트럼프가 전통적인 동맹국들에게조차 관세 부과를 주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강경한 관세 정책은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체결국마저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미국 해방의 날"이라는 상징적 프레임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들의 관세 정책을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명명한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이는 기존의 국제 무역 질서를 불공정한 체제로 규정하고, 미국이 이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프레임은 미국 내부적으로 관세 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국제적으로는 협상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상호 관세 전략의 정교함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무차별적인 보호주의가 아닌, 매우 정교한 상호 관세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국가별, 품목별로 차등화된 관세율을 적용함으로써 협상력을 극대화하고, 상대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3. 한국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
수출 기업의 타격 불가피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들이 미국 관세 정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철강, 화학 등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들이 관세 인상의 영향권에 들어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 또한 미국 내 생산 확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생산되는 부품들에 대한 관세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과 금리 정책의 제약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가져올 또 다른 파장은 한국의 통화 정책에 대한 제약이다.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경우,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는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GDP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
IMF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의 보편 관세 정책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2025년 0.8%, 2026년 1.3%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 역시 이러한 글로벌 경제 둔화의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 중국 변수: 기회인가 위기인가?
우회 수출의 증가 가능성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화된 관세 정책은 한국에게 양면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 등 제3국을 통해 우회 수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이 무역 분쟁의 새로운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
중국의 물량 공세와 시장 경쟁 심화
반면,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한국 기업들과 중국 기업들 간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망 재편의 기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5.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 전략
정부 차원의 대응
이재명 정부는 G7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직접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준비와 함께, 미국 내 한국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자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라는 점을 적극 활용하여, 관세 예외 조치나 완화된 관세율 적용을 위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
한국 기업들은 이미 다각화된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주요 전략으로는 첫째, 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한 관세 회피, 둘째, 동남아시아 등 제3 국으로의 생산 기지 이전, 셋째,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 시장 다변화 등이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을 앞당기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는 조지아주 공장의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업별 맞춤형 전략
각 산업별로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미국 정부의 CHIPS Act와 연계한 투자 확대를 통해 관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전환 가속화를 통해 미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연계한 혜택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6. 글로벌 경제 질서의 변화와 한국의 선택
다자주의 vs 양자주의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기존의 다자주의 무역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WTO 중심의 다자간 무역 체제가 약화되고, 양자간 협상이 중시되는 새로운 무역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향후 경제적 지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중견국 외교의 새로운 역할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추진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중견국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세안, 인도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제3의 경제권을 형성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경제 안보의 새로운 패러다임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경제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도 핵심 기술과 전략 자원에 대한 자립도를 높이고,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7. 향후 전망과 시사점
단기적 충격과 장기적 적응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가져올 단기적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근본적 경쟁력과 적응력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과 구조조정의 가속화
관세 압박은 한국 기업들로 하여금 더욱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촉진할 것이다. 또한 비효율적인 산업 구조를 개선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발굴
AI,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성장 동력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분야에서의 기술적 우위는 관세 장벽을 뛰어넘는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
G7 정상회의에서 드러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분명히 한국 경제에 큰 도전이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대외적 충격을 극복하며 성장해 온 저력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지혜와 실행력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이 하나가 되어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을 해나간다면, 이번 관세 쓰나미 또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가져올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한국이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 그것이 바로 한국이 보여줘야 할 진정한 경쟁력이다.
'정치·사회 한입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럼프 대통령의 G7 조기 귀국 결정이 중동 상황에 미친 영향 (2) | 2025.06.17 |
---|